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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15:10 (화)
최태원-구광모 배터리 '700일 전쟁' 막후에서 '전격 합의', 이유는?
최태원-구광모 배터리 '700일 전쟁' 막후에서 '전격 합의', 이유는?
  • 최주혁 기자 choijhuk@
  • 승인 2021.04.1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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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2조원과 명분', SK는 '실리'를 얻었다
사진 =
LG 트윈타워 전경과 SK 서린 사옥 전경 [사진출처=오늘경제DB]

[오늘경제 = 최주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벌인 700여일간의 전쟁이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양사의 싸움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경우 경우 최후 승자는 LG도 SK도 아니기 때문.

두 기업이 혈투를 벌이는 사이 중국 배터리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되고, 소송전에 물 쓰듯 뿌린 두 회사의 '쩐'은 미국의 로비스트와 변호사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돈도, 고객도, 기업 이미지도 상실하게 되는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러한 '마이너스 경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읽힌다.

전언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에서 설득작업을 하기 위해 지난달 하순 미국으로 출장을 간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아직 미국에 체류 중이다. 양사 CEO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시한 직전에 미국 정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지난 주말 화상회의를 통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양측의 합의안을 승인했다.

합의안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배상금으로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애초 LG는 3조원대, SK는 1조원을 주장했으나 중간선인 2조원으로 결정됐다. 양사가 서로를 겨냥해 진행 중인 모든 분쟁과 소송도 종료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식재산권 분쟁으로는 사상 최대인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지불하기로 한 것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승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ITC가 내렸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10년 수입금지 조치는 해제됐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에서의 사업 불투명성이 제거되고,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예상되는 손해배상은 물론 조지아주 공장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 비용과 설비 이전 부담에서도 벗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원이라는 막대한 합의금을 챙겼다. 자사가 "옳았다"는 명분도 얻었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엄청난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긴 분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깊은 내상을 입었다. 양사는 지난 2년간의 소송과 로비로 수천억원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출혈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었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양사의 싸움은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의 지난달 중순 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발표가 있었던 1주일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과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3조원이 증발했다.

양사가 긴 분쟁 과정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배터리 공급체인 불안감을 일으키면서 신뢰성이 추락하고 중국 배터리의 공세적 시장 확대를 허용한 것도 큰 손실이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우리 정부의 압력과 중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로서는 양사의 싸움으로 자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중국 업체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용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세균 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 인사들 역시 배터리 분쟁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국익 훼손을 우려했다.

양국 정부의 합의 종용은 그렇지 않아도 '치킨 게임'을 접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돗자리를 깔아준 것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면서 일자리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 LG에너지 "지적재산 인정받았다"…SK이노 "투자 확대하게 됐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은 12일 일제히 전날 타결한 배터리 분쟁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사업 성장 의지를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김종현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도전·혁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지난 30여년 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된 것도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이번 소송을 계기로 회사는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 갈 것"이라며 "나아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한 "그동안 소송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추측이 난무했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바를 실현해 나갔다"며 "앞으로도 기술 역량과 지적 재산에 대한 소중함·자부심을 되새겨 더욱 소중하게 보호하고 미래 기술력 확보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역시 전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김 사장은 "우리 마음의 상처 역시 보상받아야 한다"며 "서로가 보듬고 함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지난한 소송 절차 피로감에서 벗어나 맡은 업무와 역할에 몰입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오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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