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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10:10 (일)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로 산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로 산다는 것
  • 김광호 여양중 교육정보부장 nexus386@
  • 승인 2021.04.05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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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신은 허영과 자만에 가득찬 '섬바디(Somebody)'를 원하지 않는다
김광호 여양중 교육정보부장
김광호 여양중 교육정보부장

오늘은 내 이름 석 자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명(無名)으로 하루를 보냈다. 자유의 옷을 입고 길거리를 활보했을 뿐, 허영이나 자만심은 동행하지 않았다. 왜일까. 낯선 곳에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그곳에 동화되었으며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로 여행했기 때문이다.

우린 '자부심이 가득한 자(Somebody)'보다는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로 살 필요가 있다. 동안 이름 석 자를 만천하에 알리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몸부림쳤던가. 죽은 후에도 그 이름 석 자를 차가운 돌에 새기려고 얼마나 많은 밤잠을 설쳤던가.

오늘도 아침은 어김없이 나를 깨웠다. 그렇지만 그는 나에게 갑질도 자랑질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는 그저 '평범한 모습(노바디)'으로 나에게 다가 왔을 뿐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지만, 오랜만에 낯선 지역에서 자아를 대면했다. 매일 삶이라는 큰 산에 깔려 끙끙거리는 자아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자아(노바디)'를 만났던 것이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아와 그렇게 연을 맺었다.

여행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계절 따라 낯선 지역으로 홀로, 아니면 가족과 함께 생각 없이 집을 떠나보자. 평소에 잘 안다고 확신했던 나와 가족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순둥이 인줄만 알았던 아들은 처음 가는 박물관이며 식당을 똘똘하게 안내하며, 평상시에 말이 없던 딸아이는 가는 곳마다 앞에 나서 주문을 하고 서비스를 요청하는 등 뜻밖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익숙한 곳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났다면 타인을 대하는 말과 행동에는 다소의 과장이나 약간의 움추림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직장 상사와의 식사 장소였다면 몸을 많이 위축되었을 것이고, 동창회나 계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났다면 자신도 모르게 말을 과장하며 목에 힘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 있는 자(섬바디)'로 살아가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혹여 그 마음으로 다른 지역을 여행한다면 허영과 자만 때문에 스스로 화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낯선 지역과 상견례 할 때는 '아무개'라는 '이름 없는 사람'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 이방인으로 스스로를 낮추었을 때, 이색 문화 또한 겸허하게 자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이다.

토로이 전쟁 영웅인 오디세우스, 그의 낯선 전쟁 여행을 살펴보자. 그는 자신의 조국이 아닌 타국에서 적과 운명의 진검 승부를 펼친다. 그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지역에서 낮춤과 경계 그리고 신중한 판단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승리에 도취하여 곧바로 '자부심이 가득한 자(Somebody)'로 변신해 허영과 자만을 불러들인다. 당연히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의 동굴에서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를 대하는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처음에 외눈박이 괴물에게 '우티스(Outis)'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즉 자신을 '노바디(Nobody)'요 '아무것도 아닌 자'라고 안심시켜 놓고 키클롭스의 눈을 찌르고 마침내 동굴을 탈출한다.

하지만 그는 탈출 이후 자만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인 '이타케에 사는 오디세우스(Somebody)'라고 밝힌다. 즉 그는 주소, 이름, 약력까지 자랑스럽게 떠벌리다가 수많은 위험에 처하며 목숨을 겨우 지켜낸다. 그나마 남은 항해 동안 '노바디'로 자신을 낮춘 덕분이었다.

우린 분명 이름 석 자를 정확히 공개하며 정체성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허영과 자만 가득한 '섬바디'는 삶의 복병이 될 것이다. 우린 매사에 토로이 전쟁에 임했던 오디세우스처럼 '아무것도 아닌 자'라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 사회가 부여한 지위나 명성 때문에 '노바디'라는 언어를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억하자. 삶은 허영과 자만에 가득찬 '섬바디(Somebody)'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고 타자를 존중하는 '노바디(Nobody)'를 원할 뿐이다.

오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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