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4년 9월2일에 의정부 참정(參政, 국무총리) 신기선은 두 가지의 근원적 처방은 (1)대궐을 엄숙하고 맑게 하고 (2)뇌물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뇌물 근절에 관한 상소를 이어갔다.
“백성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갑오년(1894)의 난리(갑오동학 봉기)를 일으키고 이웃나라에게 허술한 틈을 주어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된 것이 아닙니까?(청일전쟁을 말함) 전후로 겪은 병란과 화재에서 입은 손실은 대체로 모두 도리에서 어긋난 이치 때문이니 그 이해득실이 과연 어떠합니까? 이것은 옛일을 거울삼지 않고서도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인데 폐하께서는 그래도 깨닫지 못합니까?
삼가 원컨대, 폐하는 선뜻 깨닫고 속히 지난날 잘못을 고쳐서 관리 임용에 관한 일은 해당 부서의 관리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여 그로 하여금 공정하게 선발하게 하며, 더러운 악습에 젖어 뇌물을 가지고 높고 낮은 관리들에게 청탁하는 자는 즉시 적발해서 탐오죄로 다스리며 중앙과 지방의 관리 중 일찍이 뇌물로 벼슬을 준 자는 모두 파면시켜야 합니다.
몇 년 이래로 총애와 권력을 부당하게 차지하고 중간에서 뇌물을 받아서 자기 집을 살찌운 자는 그 사람에게 죄를 주고, 그 재산을 몰수해서 군대와 나라의 비용으로 보탠다면 인사 문제를 처리하는 관청이 감히 공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어질고 재주 있는 사람이 벼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지방관이 각기 자기 직무를 다하게 되면 백성들의 재산이 그의 보호를 받게 되고 공납(公納)이 애초에 지체되거나 축나지 않을 것이며 정령(政令)이 시행되고 폐해가 점차 없어져 민심이 단결되고 외국의 업신여김도 차츰 없어질 것입니다.
이와 함께 비용을 절약하고 낭비를 없앰으로써 탁지부에서 연간 비용을 넉넉하게 하며 농업, 상업, 공업을 널리 일으키면 재정이 날마다 늘어나고 세입이 해마다 불어나서 궁내 비용이 많아질 것입니다.
구구하게 벼슬을 판 뇌물로 들어오는 수입에 비하면 과연 어느 것이 많겠습니까?
폐하께서 진실로 크게 분발해서 대궐을 깨끗하게 만들고 뇌물을 근절한다면 황위를 좀먹는 위기가 점차 사라질 것이고, 망해가는 나라의 기맥이 다시 뻗칠 것이며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위업을 이룩하게 될 것입니다. 장차 어진 사람들이 연이어 나서고 재상의 자리에 적임자가 나설 것이니, 신과 같은 사람들도 그들과 나란히 전하의 은덕을 우러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고 대궐을 끝내 엄숙하고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고 뇌물을 근절하지 못하면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나라의 숨결이 끊어질 것이니 이는 500년 동안 내려온 종묘사직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4천년 강토가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2천만 백성들이 모두 노예가 될 것이니 신이 어떻게 망국(亡國)의 관리가 되는 것을 달갑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신기선은 고종이 솔선하여 대궐을 엄숙하고 깨끗하게 하고 뇌물을 근절하기를 간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노예가 될 것이라고 호소한다.
상소는 이어진다.
“삼가 생각하건대, 이 두 가지 일의 이해득실은 하인들이나 아녀자들도 모두 아는 것인데 명철한 폐하만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치입니까? 이는 필시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신이 반복하여 생각해 보건대, 뇌물을 근절하지 못하는 것은 대궐이 엄숙하고 깨끗하지 못한 때문이며, 대궐이 엄숙하고 깨끗하지 못한 것은 경연(經筵)을 오랫동안 정폐(停廢)하고, 정사를 직접 처결(處決)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신이 말한 경연에 대한 논의는 곧 옛사람들이 성인의 학문에 힘쓰는 것을 말합니다. 면성학(勉聖學) 세 글자는 수천 년 동안 틀에 박힌 말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듣기 싫도록 들은 단어입니다. (중략)
나라의 흥망은 정사의 잘하고 못함에 관련되어 있고 정사의 잘하고 못함은 마음이 바른지 삿된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가지려면 반드시 성현(聖賢)들의 글을 읽어서 의리에 푹 젖고 고금의 역사책을 보아서 잘잘못을 교훈으로 삼은 후라야 방종하고 사적인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게 됩니다.
만일 마음에 주인이 없이 떠돌아다니게 내버려 두면 외물(外物)에 끌려 정신이 흐려지고, 욕망이 동하고 감정이 승리하여(欲動情勝), 비록 중국의 요(堯) 임금이나 순(舜)임금과 같은 성인일지라도 정사를 어지럽히고 나라를 망치는 것을 면치 못하는 법입니다. 더구나 폐하의 성덕(聖德)이 요임금이나 순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신기선은 그동안 폐지되었던 경연을 재개하여 성덕을 갖추도록 상소한다. 그런데 새벽에 잠들어서 오후에 일어나는 버릇이 수십 년 몸에 배인 고종이 과연 경연을 재개했을까?
오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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