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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17:25 (토)
"예고된 죽음" "유전무죄" 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결 '후폭풍'…SK케미칼·애경산업 정조준
"예고된 죽음" "유전무죄" 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결 '후폭풍'…SK케미칼·애경산업 정조준
  • 최주혁 기자 choijhuk@
  • 승인 2021.01.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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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왼쪽)와 안 전 대표(오른쪽)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제공]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왼쪽)와 안 전 대표(오른쪽)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제공]

[오늘경제 = 최주혁 기자] 

"가습기살균제는 1613명이 사망한 참사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안용찬(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위)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피해자와 정치권, 검찰 등이 반발이 커지면서, 이번 사안이 공교롭게도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관성을 지니며 올 한해를 뜨겁게 강타할 전망이다.

당장 가해자들은 버젓이 고개를 든 채 '대기업으로서' 향후에도 비슷한 포지션을 유지하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올인할 것이 분명해보이고, 피해자들은 매일 거리로 나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이슈를 공론화할 것으로 보여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또다시 '책임회피', '사건은폐' 기업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의미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개혁연대 민생행동, 글로벌에코넷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규탄한다"며 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및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날엔 여의도가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기업들은 죗값을 치러야 하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연일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재벌과 로펌 그리고 공무원들의 '검은 카르텔'이 창출해 낸 '황당한 모순' 때문이다.  

즉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견된 지 10년 동안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음에도 일부 원료 성분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서인데, 중대재해법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핵심 관계자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1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자가 곳곳에서 발생해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후 이는 '사회적 참사'로 규정됐다.

지난해 7월 기준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무려 6817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553명이다. 이는 신고한 사람 기준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다.

2021년, 피해자들이 지난해에 이어 거리로 매일 나와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물론이고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청 등 행정부와 여야정당이 모두 직무를 유기했다고 반발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경·보건 연구자들도 재판부가 과학적 인과관계의 논리를 잘못 이해했다고 비판 중이다.

피해자 조사에 참여한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결은 피해자들을 뭉뚱그려 '기저질환이 있다'는 식으로 가습기살균제의 (폐질환) 인과관계를 무시했다"면서 "서너살 아이들이 나이가 있어야 걸리는 폐질환을 얻은 이유를 따로 설명할 수 없음에도 개인 인과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 속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본 재판부에 판단에 대해 "동물실험은 옵션일 뿐 탈리도마이드, DDT 등 동물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독성도 많다"고 반박했다.

연구자들은 추론과 보완·합의라는 '학술의 논리'가 통상적인 '재판의 논리'와 달리 작동하는 것임을 법원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술적으로는 어떤 사실이 반증 되지 않을 경우 받아들이게 되는데 법원에서는 입증해야 한다"며 "폐질환도 인과관계의 특성상 많은 연구자가 '반증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입증됐다'는 식으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학술집단과 법원이 서로 이해를 잘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 각자 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고, 재판에서는 서로 입을 맞추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불일치하는 게 있으면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찾아 봉합하는 게 연구자들의 방식"이라고 했다.

정치권 역시 비판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발 나아가 "유전무죄의 현실이 참담하다"라고 비판했다. 노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1심 판결에서 제조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원 모두가 무죄를 받았다"라며 "재벌과 대형 로펌의 결합을 통해서, 다시 한번 '유전무죄'라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노 최고위원은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라고도 짚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환경부 공식 사망자만 1000명이 넘는 사건임에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온 것은 단지 법원만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애초부터 인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과 이를 실험했던 대학 연구 책임자, 거기에 대형 로펌까지, 우리 사회 검은 카르텔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도 있다.
 

오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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