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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12:11 (일)
[편집국의 시선] 월세 부추기는 3류 사회 / 최봉석
[편집국의 시선] 월세 부추기는 3류 사회 / 최봉석
  • 최봉석 기자 bstaiji@
  • 승인 2020.08.0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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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경제 = 최봉석 기자]

'코로나19 고착화'라는 상수가 존재하면서 주거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심각한 주거 불안의 뿌리를 찾기 위해 경제전문가들이 연일 해법찾기에 나섰지만 주거불평등은 이미 사회의 한 단면을 붕괴시키는 질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국민 4명 중 1가구는 전세보다 더 초라한 월세살이를 통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고, 특히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고 실직· 파산 등 실질적인 경제 파탄이 일어나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월세의 삶'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 해서 요즘 들려오는 부동산 관련 소식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몇년 전부터 유행하는 예문처럼 단 한번도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이 지날수록 한겹 고통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범접할 수 없는 재난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욕을 상실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주거불평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고 있다.

오랜 경제공학적 접근법이지만 어쨌든 내 집이 없다는 것은 한 집안의 가장, 그러니까 1등 소비자인 생산주체의 의욕상실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내 집을 영원히 마련할 수 없다는 자괴감 가득한 현실과 연일 마주치면서 미래에 대한 활력은 봄눈처럼 맥없이 쓰러지게 한다.

그게 기실, 거시경제지표들의 부진이 눈에 띄는 2020년 '코로나 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누구에게도 쉽게 떠오르는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이유는, 집이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전세에 살거나 월세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만날 느껴야 하는 두려움과 절망감일 것이다.

현재 4가구 가운데 1가구꼴인 23.1%(전국 455만 3000가구)가 매달 월세를 내는 날과 꼬박꼬박 마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0만 정도는 월세를 제때 낼 수 없는 형편이라는 통계가 있다. 굳이 내 집은 필요하지 않다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소수의 '카푸어 월세족'을 제외한다면 상당수 서민들은 여러가지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보증금 있는' 혹은 '보증금 없는' 월세에 살면서 자신의 생활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외래종'인 월세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집주인 입장에선 '월세'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또 지방의 경우 월세는 상상 이상으로 싸다. 3천~5천만원 정도의 기초적 자금조차 없는 '진짜 가난한 부류'에겐 월세 혹은 반월세 시스템을 통해서 부동산값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거주지 마련이라는 해결의 열쇠를 빠르게 손에 쥘 수도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림이다. 

또한 월세를 통해 집주인에게 쓸데없이 들어갈 '목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올 하반기부터 저소득·실요자 차주를 위한 전세금 관련 지원책이 시작되긴 하지만, 어쨌든 정책은 늘 정책일 뿐 현실에 스며들기 위해선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금을 떼일 우려도 덜 수 있다는 점은 내 집 마련에 절망한 서민들이 월세를 즐기는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월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결코 될 수는 없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월세는 화약고가 됐다.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월세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낮은 소득과 저조한 임금상승률이 치솟는 월세 비용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월세는 그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동산 문제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에 가깝다.

특히 경제를 악성 종양 말기 단계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 사태는 경기를 초토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월세는 그대로다. 소비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등 코로나 재난 이슈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상당수 노동자들이 동시에 소득 감소라는 고통을 겪었는데, 집주인들은 기존 임대료를 그대로 받으며 고통 분담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보다 더 공포스러운 존재는 '집주인'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기정사실화 됐고, "월세를 못 내면 당장 나가라"는 어쩌면 기본적인(?) 갑질을 해대는 집주인 앞에서 초라해진 '을'들은 코로나 정국의 위태로운 일자리 불안에도 꼬박꼬박 월세를 내고 있다.

비단 월세 세입자들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고착화 혹은 더욱 더 사회주의식으로 변형될 경우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는 표현처럼, 이 같은 표현을 쏟아내는 유권자들이 향후 사회 및 경제 영역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를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기로 내몰 수도 있어 보인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월세가 정상"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온다"는, 그러니까 경제적 충격이 커지더라도,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기를 가져오더라도, 과다 부채를 안은 가계가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더라도, '월세 생활'을 즐기라는 주문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왔다.

밀린 '월세 75만 원'으로 다투다 집에 불을 질러 주택 관리인을 숨지게 한 60대가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며칠 전 필자의 뇌리를 강타한 것 같은데, "월세가 정상"이라는 답안지를 막가파식으로 내놓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월세와 전세의 삶은 질이 다르다. 월세상승은 소비를 저하시키고, 그렇게 저출산을 유도해 인구를 감소시켜 소비를 또다시 낮추는 악순환의 블랙홀로 간다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는 전세금의 경우 융자를 내서 이자를 물더라도 원금을 다 갚은 뒤 몫돈이 되고 주택자금이 될 수 있지만 월세는 뼈빠지게 일해도 주거비용으로 없어지는 허무한 돈이라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그 민주당 의원은 알면서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문법자랑하듯 쏟아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현 정부는 문제다. 부동산 문제의 기본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아픔이 따르더라도 몸속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오직 '지지자들'만 바라보며 자신들 임기 안에 수술을 안 하려고 미루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따지고 보자면, 월세 고착화만 뿐 아니라 전세 고착화도 가뜩이나 양극화 된 사회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전셋값 인상에 제동이 걸린 임대인들이 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전세를 거둬들이거나, 실거주라는 오기를 부릴 경우 전세 물량이 갑자기 대폭 줄면서 전세난이 악화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진보든, 보수진영이든 너나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쏟아내는 공통된 분모다.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금융권에서 그간 전세대출을 해줬는데, 문재인 정부에선 이제 월세 대출도 가능해지는 것일까. 국민과의 공감능력을 잃었다. 더 위험한 것은 현 정부가 공감능력을 남은 임기 동안 회복하겠다는 의지보다, 지난 3년간 고정된 지지율에 완벽하게 도취돼 있는 것이다. '솔까말' 그 지지율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 즉 국민 40%도 포함돼 있다는 것은 망각한 채로 말이다.

그래서 정답은 나왔다. 176석의 독선과 오만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느끼고, "월세가 정상"이라는 3류적 사고의 기득권층이 더 이상 옮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경우, 그들이 국회 내에서 희희낙락거리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기 위해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면 국민도 본색을 드러내면 된다. 빚을 잔뜩 지고 근근히 버티던 유권자들은 더 이상 현 정부의 호구는 아니다.

최봉석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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