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의 시선] 현대중공업과 망테크 / 최봉석
[편집국의 시선] 현대중공업과 망테크 / 최봉석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5.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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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경제 = 최봉석 기자] 한 업계 관계자가 조선업을 '망테크'에 비유했다. 망테크는 '망하다'와 '테크트리'가 합쳐진 합성어다. 뜻을 합쳐보면 '망하는 길(코스)'라는 의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유럽 소재 선주사들과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총 2200억원 규모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적 불황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유가마저 추락해 선박발주의 불투명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보더라도 헐값 수주인데 자화자찬이라니. 정치든, 경제든, 기업이든, '변수'는 너무나 많이 우리 곳곳에 잠복해 있다. 그 잘난 기술력에 계속 취해있다는 것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34세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올해만 5번째 노동자 사망이며, 1972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467번째 노동자 죽음이다. 1972년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가 많이 죽고 다치는' 등식이 확실하게 확립돼 있는 곳. 기업은 제 잘난 맛에 살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딴 사람처럼 변하는 이상한 기업.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고 죽음의 문이 이처럼 계속 열린다며 이는 사회의 문제일까, 경제의 비극일까. 국민이 현대중공업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럽 선사들로부터 잇달아 수주에 성공했다"는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발언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1조원대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을 때 진천동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이 시국에 이 정도에 취해 있을 때인가.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죽음을 숫자로 세는 일은 전쟁이 발발한 국가, 재난현장, 대형 사건사고, 현 코로나 사태와 같은 감염병 위험 등이라면 한국은 정반대다. 한 기업에서 근무 중 사람이 사망할 때도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사람을 세야 한다. 그 곳이 현대중공업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주류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언론들이 도와주는 '복'까지 탔다. 결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노동자의 기본권과 삶의 질을 파괴한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왜 자꾸 이 곳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는지 시원스럽게 밝혀내고 따져야 하는데도, 그 중대한 비밀에 언론들은 눈을 감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며 '언론의 한계'를 적나라게 드러낸다. 

사망한 노동자는 LNG운반선 파이프 안에서 용접을 하다가 사망했다. 사람이 웅크리고 들어가서 용접작업을 하는 그 공간엔 아르곤가스가 차 있었고, 그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낯설지가 않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2012년 5월에도 하청 노동자 한 명이 용접용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2014년 13명, 2015년 7명 사망, 2016년 11명이라는 기막힌 사망의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정부는 무능하고 기업은 무책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언론들은 현대중공업을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기업으로 묘사하는데 여념이 없다. 특별근로감독을 마친 바로 다음날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현대중공업의 긍지를 살리는데 주력한다. 죽음의 수치가 현대중공업이 어떤 기업인지 증명하고 있지만,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는다.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예 이러한 TV 광고 문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광고에서 현대중공업은 수출을 통해 국익을 창출하고 직원 근속연수가 20년에 달하는 착한 기업임을 내세웠다. 정말 이 기업은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명실상부한 기업의 구심점일까. 

조선소, 그중에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사망하고 가장 많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특히 2차, 3차 하청 노동자가 많이 사망하고, 훨씬 더 많이 다친다. 고통의 토양은 이 기업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이미 두꺼워졌다. 산재 사망에서 착한 기업은 없다. 산재 사망이 발생한다는 건 노동보다 자본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으로, 싼 값의 노동인력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그저 기업의 '갑질'에 복종하고, 굴복하고 또 어떤 작업도 마다 않는 '일벌레'로 살아라는 더러운 진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안전에서 기업은 더 위험한 집단이다. 최고 경영자가 기업 경영의 중심에 위험 예방을 두고 전반적인 개선을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변하는 진실이다. 쪽팔리는 '낡은 얘기'이지만 2020년에도 바뀌지 않는 팩트다. 지난 한 세대에서 걸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이지만, 기업은 그걸 알면서도 모른채 권위주의와 자본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만 친다. 월급을 받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주기적으로 동료가 사망할 때마다 역대급 '무력감'에 빠져 거리로 나서며 구호를 외치는 까닭이다. 노동계가 연일 "사람이 죽는 게 위험 예방 비용보다 싸면, 기업은 계속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우이독경일 뿐이다. 안전을 위해 전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현대중공업과 같은 기업들을 기업이 아니다. 그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위험한 기업은 우리 사회와 공존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연일 죽어가면서 기업의 미래도 망해가는 '망테크'를 걷고 있는데, 억대급 수주를 하면 뭘하나. 기업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지만, 노동자들에겐 비현실적인 그림일 뿐이다. 기업이 역동적이기 위해선 대졸사원의 '거만함' 보다 희망을 걸고 신명나게 일하는 노동자가 더 존중 받아야 한다. 체념도 좋지만, 노동계와 정치권이 한 배를 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급히 통과시켜, 매일 매일 죽고 있는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폐허를 오늘부터라도 바라봐야 한다. 더 이상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겠다면.

최봉석 /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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